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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가입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연금 상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높은 변종 종신보험 출시가 잇따르면서 고객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장성 상품 확대가 시급한 보험사들이 당장의 판매에만 급급하면서 종신보험을 향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에 접수된 종신보험 관련 민원은 총 2209건으로 집계됐다.

종신보험에 대한 민원은 다른 유형의 생보사 상품들에 비해 눈에 띄게 큰 규모다. 종신보험을 제외한 보장성 상품에 대한 민원이 1542건으로 많은 편이었지만 종신보험과 비교하면 30% 이상 적었다. 이밖에 변액보험은 1124건, 연금보험은 804건, 저축보험은 264건의 민원을 기록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민원이 526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338건, 284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신한생명(180건)·흥국생명(131건)·KDB생명(130건)·DB생명(90건)·ING생명(74건)·농협생명(72건)·동양생명(68건) 등이 종신보험 민원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계약 규모를 고려해 보면 중소형 생보사에서의 종신보험 민원이 더 잦은 편이었다. 보유계약 10만건 당으로 환산한 종신보험 민원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DGB생명으로 91.0건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라이프가 53.4건으로 2위, KB생명이 42.6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KDB생명(30.9건)·흥국생명(29.6건)·DB생명(26.1건)·신한생명(22.9건)·동양생명(14.3건)·미래에셋생명(14.2건)·한화생명(11.8건)·삼성생명(11.8건)·교보생명(10.7건) 등이 10만건 당 종신보험 민원 건수가 두 자릿수 대를 나타냈다.

특히 생보사들이 요즘 들어 주로 선보이고 있는 생활비 지급형 종신보험들이 고객들의 혼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종신보험들의 경우 생전에 이른바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보험의 구조나 성격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로서는 연금 상품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 같은 종신보험들이 내준다는 생활비는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연금과는 거리가 멀다.

생보사들이 이처럼 사망에 대한 담보라는 본연의 기능 대신 생활비 지급에 초점을 맞춘 변종 상품을 앞세우면서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에는 2021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자리하고 있다.

IFRS17의 핵심은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는 점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판매된 저축성 보험은 IFRS17 아래서 보험사 재무 부담을 키울 주범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IFRS17이 적용되면 저축성 보험은 판매 시점부터 보험사에게 손실을 안기게 된다. 반면 현 회계 기준에서 판매 첫해 손해가 발생하는 보장성 상품은 오히려 IFRS17 적용 시 이익이 나게 된다.

이처럼 보험사 입장에서 IFRS17이 도입되면 최근까지 생보업계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저축성 보험은 판매에 따른 회계적 압박이 커지지만 보장성 상품은 지금보다 갖는 장점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 영업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렇게 종신보험 확대에 사활을 걸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벌어지는 생보사들 간의 경쟁 탓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생활비 지급형 종신보험처럼 고객들이 내용을 오해하기 쉬운 상품임에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판매에만 급급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보험사와 가입자 모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원인에 관계없이 사망 시 일정한 보험금을 준다는 것이 핵심인데, 최근 등장하는 생활비 지급 기능이 더해진 상품은 이런 종신보험의 기본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보험사들이 IFRS17을 앞두고 보장성 상품 영업 강화를 위해 이 같은 상품들을 종신보험의 측면보다 연금적 성격을 내세워 판매하게 될 경우 뒤늦게 이를 인지한 가입자들로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이 확산되면 결국 보험사와 종신보험에 대한 소비자 불신만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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